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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 바캉스 맛기행 <4 > 경기도

여름휴가도 이제 끝물. 그러나 일이 바빠 한걸음도 못 움직인 사람도 많다. 하루


가벼운 나들이로 서울 근교를 다녀오는 길에 맛있는 음식으로 휴가를 한층 풍성
하게 해보자.

▲큼직한 수원갈비 수원 명물은 갈비다. 거대한 우시장이 있었던 수원에 갈비가


유명하다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다. 수원갈비(일인분 1 만 8000 원)의 특징은 큼
직한 왕갈비라는 것이다. 고기 맛이 잘 살아나도록 소금으로만 간해서 굽는다.
양손에 들고 먹기에도 커보일 정도다. 원천유원지 일대에 수원갈비집들이 몰려
있다. 그 중에서 본수원갈비(031- 211- 8434)가 오랜 전통을 가졌다.

▲강화도 별미 강화도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 많다. 초지진에 있는


대선정(032-937-1907)도 맛깔스러운 식당이다. 여름철에 가장 맛 좋다는 농
어회(1㎏ 5 만원)가 먹음직스럽다. 회보다 더 이름난 비장의 음식은 시래기밥
(5000 원)이다. 시래기를 넣고 지은 밥이 달보드레 넘어간다. 칼국수를 멋있는
이름으로 붙인 메밀 칼 싹두기(5000 원)도 시골스런 정취가 묻어나는 음식이다.

▲산채의 향기 주인 아줌마가 산채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 나물 중심으로 밥상


을 차려내는 집이 여주 걸구쟁이식당(031- 885- 9875)이다. 서울 근교에서는
보기 드물게 맛있는 산나물들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질경이, 모시대, 취나물, 청
경채, 참나물, 두릅, 씀바귀, 쏙새뿌리, 고춧잎 등 나물 구경이 즐겁다. 제대로 한
상을 받으려면 산채정식(1 만 5000 원), 가벼운 식사를 원한다면 산채비빔밥
(5000 원)도 괜찮다.

▲초계탕이 뭐야? 이북에서는 쇠고기나 닭고기를 차갑게 해서 먹는 방법이 발달


했다. 시원한 국물에 닭고기를 북북 찢어넣은 초계탕도 전형적인 이북 음식 중
하나다. 초계탕집(031- 958- 5250)의 메뉴는 상호 그대로 단 한 가지 초계탕
(3~4 인분 3 만 2000 원) 뿐이다. 냉면을 먹듯 초와 겨자를 치고 국물을 들이키
면 속이 다 후련하다. 초계탕을 다 먹고나면 막국수 사리가 나온다. 시원한 초계
탕 국물에 국수를 넣고 후루룩 먹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임진강변 장어구이 자유로를 타고 끝까지 달리면 반구정이 나온다. 옛날에 황


희 정승이 여생을 보낸 곳이다. 반구정 나루터집(031- 952- 3472)은 맛있는
장어구이(1 인분 17,000 원, 관에 17 만원)로 식도락가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다.
간장 양념을 해서 굽는 장어에 약간의 매운 맛까지 곁들여져 입맛을 당기게 한
다. 주문하면 마당에 있는 풍로에서 장어를 구워다 준다. 얼큰한 메기매운탕(소
3 만원, 대 4 만원)도 한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다.

▲시원한 김치말이 참새 방앗간 들리듯, 길 가다 주전부리 삼아 먹게 되는 게 김


치말이 국수(5000 원)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포천
곰터먹촌(031- 534- 0732)은 김치말이 국수로 길 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
시 멈추게 하는 곳이다. 이북식이라 할 수 있는 차가운 김치말이 국수. 돼지고
기, 열무, 배, 잣, 계란, 두부 등 여러가지 고명을 얹어 화려하다.

▲역사 깊은 백반집 마방집(031- 792- 2049)은 서울 근교에서는 가장 오랜 역


사를 지닌 식당 중 하나다. 광주, 이천 등지에서 서울로 오던 사람들이 말을 쉬
게 하고, 하룻밤 쉬어가던 곳이 그대로 남아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백
반(7000 원)을 청하면 소꼽장처럼 자그만 접시 20 여개에 나물과 반찬을 한 상
가득 차려 내온다. 자박자박 끓는 된장찌개와 장작을 때서 지은 밥, 여기에 돼지
장작불고기(8000 원) 정도를 곁들이면 호사스런 밥상이 된다.

▲‘밥맛’이 최고 이천은 쌀이 좋기로 유명한 동네다. 이천쌀밥집(031- 634-


4813)이라는 상호에서부터 쌀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지대한 지를 느낄 수가
있다. 돌솥에 밥을 지어내는 데 딱 18 분 걸린다고 한다. 콩, 밤, 잣, 대추, 은행
을 넣고 지은 영양밥(일인분 8000 원)과 흰쌀로만 지은 정식, 두 가지 메뉴가 있
다. 밥상에 올라오는 나물 반찬, 찌개도 좋지만 뭐니뭐니 해도 밥맛이 최고다.

▲막국수와 편육 여주 천서리에는 막국수 촌이 있다. 그 중에서 원조라 할 수 있


는 곳이 바로 강계봉진막국수(031- 882- 8300) 집이다. 메뉴는 막국수(4000
원)와 편육(7000 원) 두 가지 뿐이다. 시원한 국물이 짜릿한 막국수도 좋지만,
이 집에서는 역시 아주 매운 비빔막국수를 먹을만 하다. 혀가 아릿할 정도로 매
운 양념과 국수 맛이 잘 어울린다. 여기에 기름기가 많은 편육 한 접시면 매운
양념과 고기의 궁합이 찰떡처럼 들어맞는다.

▲색다른 냉국수 남양주 조안의 개성집(031- 576- 6497) 오이소박이냉국수


(4000 원)도 여름철 더위를 잊기엔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다. 시원한 오이소박
이 국물과 차가운 국수가 잘 어울린다. 새콤달콤한 국물에 얼음을 동동 띄워서
내온다. 아작아작 씹히는 오이 맛이 국수의 시원함을 한결 더 느끼게 한다. 추어
탕(6000 원) 맛도 괜찮다. 진국을 우려낸 듯한 푸근한 국물 맛이 뱃속을 듬직하
게 해준다.
(고형욱ㆍ음식평론가ㆍ영화기획자)
"풍성 한 제주도 해산물 맛보러 오세요 "

제주도는 일년 사철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뭍과는 사뭇 다른 제주 풍광은 음식


으로도 그대로 이어진다. 뛰어난 요리법보다는 싱싱한 재료가 제주 음식의 매력
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다
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들도 많다. 제주도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매력들도 많다. 자신의 입맛과는 다를 지 모르지만 제주도에 찾아갔으면 볼거
리, 먹거리를 제대로 느껴보기 바란다.

◇제주도의 아침식사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해장국 집은 미풍식당(064- 758- 7522)이


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마늘, 콩나물, 우거지, 당면, 선지, 머
리고기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해장국(4000 원). 국물은 새빨갛다. 매운 걸 먹지
못하는 사람은 미리 위장에 경계경보를 울리기 바란다. 뱃속이 아릿아릿할 정도
로 매운 맛이지만 입맛을 당기는 감칠 맛이 짙다. 무우가 동동 뜬 물김치의 상쾌
함과 잘 어울린다. 새벽부터 문열어, 오후 2 시쯤이면 영업이 끝난다.

각재기국은 제주 특유 해장국이다. 각재기는 전갱이의 제주도 사투리. 너무 토


속적이라 먹기 어려워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돌하르방식당(064- 752- 7580)
각재기국(4000 원)은 먹기 좋은 크기로 생선을 썰고 배추도 송송 썰어넣은 데다
된장으로 맛을 낸다. 약간 배릿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넘친다.

◇화려한 점심-저녁

제주에서는 초록빛 전복죽을 먹는다. 내장까지 넣고 보들보들하게 쑤어내니 빛


깔부터 다르다. 유빈식당(064- 753- 5218)은 전복 전문점이다. 주머니가 넉넉
하면 전복회(킬로당 18 만원)를 먹어보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전복죽(보
통 9000 원, 특 1 만 2000 원)으로 전복 향과 맛을 즐긴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횟감 중 하나는 다금바리라는 생선이다. 상당수 횟집들이


다금바리를 내걸고 있지만 진짜배기 다금바리를 먹으려면 진미식당(064-
794- 0033)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 집은 다금바리에 관한 한 독보적이
다. 다금바리(킬로 당 14 만원)는 기름지면서도 쫄깃쫄깃 감칠 맛 난다. 큼지막
한 다금바리를 대창, 간, 쓸개, 입술, 부레, 혓바닥까지,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모
두 회로 떠낸다. 하지만 너무 비싸니 먼저 배짱 단단한 심호흡이 필요하다. 어획
량에 한정이 있으므로 꼭 전화를 먼저 걸길. 아니면 헛걸음 할 수도 있다.

이젠 서울에도 꽤 퍼졌지만, 갈치회라면 그래도 역시 제주다. 제주시 서 부두 방


파제 근처에는 전문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 자주 찾는 곳이 성복식당(064-
757- 2481)이다. 갈치를 잡자 마자 회로 쳐서 먹는 건 환상이다. 잘 보관하면
잡은 지 이틀 정도까지는 회로 썰어도 어느 정도 제 맛이 유지된다. 갈치회(한
접시 2 만원)는 부드럽지만 힘줄 같은 게 남아있어 씹는 맛이 강조된다. 간장, 마
늘, 생강, 고춧가루를 섞은 장에 찍어먹어야 갈치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어
장군(064- 744- 2258)의 갈치구이, 조림은 푸짐하기 그지없다. 큰 토막은 소
금 간해서 굽고, 잔것은 뚝배기 냄비에 조림(1 만 5000 원)으로 낸다. 작은 소라
처럼 생긴 보말을 넣고 끓인 보말국(5000 원)도 개운하게 입에 척 달라붙는다.

서귀포에서 가장 오래 된 중국집은 원덕성원(064- 762- 2402)이다. 꿩은 잔뼈


가 많은 게 흠이지만 꿩 깐풍기(3 만원)는 이 집이 아니면 전국 어디서도 맛을
볼 수 없다. 꿩을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매콤하게 요리했다. 육질 좋은 꿩
맛과 매운 양념 맛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얼큰하고 시원한 고추짬뽕(5000 원)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매운 짬뽕 중 하나다. 국물만 들이켜도 속이 확 풀리며 이마
에 땀이 맺힌다.

제주서라야 제맛을 얻을 수 있는 해물 뚝배기는 서귀포에 있는 진주식당(064-


762- 5158)이 이름난 곳이다. 해물뚝배기(7000 원)의 생명은 전복처럼 생겼으
나 크기가 작은 오분작에 있다. 이 오분작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국물 맛
이 달라진다. 오분작과 조개를 듬뿍 넣고 된장 국물에 푹 끓인 해물뚝배기 맛이
개운하다. 오분작이 너무 비싼 탓에 예전처럼 인심 좋고 푸짐한 맛이 나지 않는
게 아쉬움이다.

몇 년 전가지만 제주도에서 먹는 고등어 회는 활어가 아니라 선어였다. 하지만


요즘은 활어 고등어 회를 파는 식당이 많이 늘어났다. 제주시 탑동에 있는 만선
식당(064- 758- 9202)은 활어 고등어회를 가장 먼저 시작한 집 중 하나다. 고
등어는 활어와 선어의 맛 차이가 뚜렷하다. 푸른 빛이 나는 표피와 발가스레한
속살이 입맛을 당긴다. 고등어회 (한 접시 2 만원)는 기름지면서도 쫄깃쫄깃 하
다.

(고형욱/음식평론가)
[음식남녀 ] 바캉 스 맛기행 ... .( 2) 전라남도

닭회-은어-우렁회-죽순-갯장어...품부한 움식재료에 손
맛 더해

음식 맛은 남도가 최고라 했다. 산과 들, 바다에


서 갖은 산물로 매콤짭잘 깊은 맛을 내는 전라남
도 음식은 이제 전국으로 퍼져 나가있지만, 휴가
철 이 지역을 찾는다면 진짜 향토 맛을 만나 볼
좋은 기회다. 오래된 옛 절과 문화유적, 해수욕장이 널린 이 곳에서 맛있기로 이
름난 집들을 지난 주 다시 돌아보고 왔다.

사진설 명 : 재첩과 은어가 우명한 섬진강./조선일보 DB사진

여름철 최고의 회는 민어회다. 기름기도 적당하고 고소한 민어는 요즘 서울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고급 어종. 있다해도 대개 자잘한 것들 뿐이다. 목포 영란횟
집(061- 243- 7311)은 민어회의 지존으로, 메뉴는 민어회(한 접시 3만원) 한
가지다. 회를 주문하면 부레나 껍질 같은 부위는 따로 약간씩 덤으로 썰어내온
다. 한 번 입맛을 들이면 여름철마다 안 먹고 못 넘어 가는 맛이다.

강에서는 쏘가리가 제왕이지만 여름에는 은어에게 잠시 왕좌를 내놓는다. 그러


나 요즘 은어는 대부분 양식한 것이라, 고유의 은은한 수박 향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 여름에 들면 몸집이 커져서, 회보다 소금구이로 더 많이 먹는다. 통
으로 썰어내는 은어회(소 2 만원, 대 3 만원)는 섬진강 별미다. 곡성 유원지에는
은어 횟집들이 많다. 가든 산장(061- 362- 8343) 평상에 앉아 강을 내려다보
며 회와 구이를 먹노라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제철소가 들어선 광양에는 볼거리는 별로 없지만 먹거리는 많다. 광양하면 역시


불고기다. 광양 읍내에는 불고기 집이 지천이다. 광양 불고기의 미학은 가벼우
면서도 산뜻한, 하지만 간이 잘 밴 간장 양념과 백운산 숯불의 만남에 있다. 대
중식당(061- 762- 5670)은 손님이 넘치므로 친절은 기대하지 마시길. 가격은
1 인분 9000 원인데, 3 인분 주문이 기본이다.
여름철 여수는 ‘하모’ 천지다. 하모는 일본 말, 우리 말로는 갯장어가 맞다. 그러
나, 여수에서는 모두들 하모라고 부르거나 아니면 참장어라는 사투리를 쓴다. 5
월부터 시작된 갯장어 시즌은 한 여름 최고에 이른다. 초고추장에 회(1㎏ 2 만
5000 원)를 찍어먹거나 토렴(1㎏ 2 만 8000 원)으로 먹는다. 이곳서 ‘유비끼’라
고 부르는 토렴 방식은 갯장어를 포떠서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 먹는 방법
이다. 국동 어항단지에 있는 잠수기 회센터(061- 640- 2080)가 크고 널찍하
다. 10 분마다 한 대씩 다니는 배를 타고 여수 앞바다에 있는 대경도에 들어가서
먹는 것도 좋다.

광주에서는 불로식당(062- 228- 4834)에 종종 들린다. 전문으로 내걸고 있는


건 갈치조림과 구이다. 통통한 갈치를 중심으로 백반상을 차린다. 여름철에는
물 좋은 병어조림(1 인 1 만 2000 원)도 좋다. 계절 감각에 어울리는 반찬들이
밥상 위에 다양하게 올라온다. 먹음직스럽게 김치를 북북 찢어주기도 한다. 갈
치 전문 식당이니 만큼 갈치속젓 떨어지는 날이 없다.

기획이나 촬영 일로 나섰다면 길을 좀 둘러 가더라도 꼭 들르게 되는 집이 초야


식당(061- 393- 0734)이다. 백양사에선 바로 고속도로를 타는 게 빠른 길이지
만 이 집 때문에 부러 국도를 이용한다. 스무 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은 양념장을
발라 구워주는 장어구이(1 인분 1 만 3000 원, 1㎏ 5 만원) 맛은 정말 매혹적이
다.

해남에서는 닭을 먹어보자. 약간의 용기까지 필요한 집이 장수통닭(061- 535-


1003)이다. 아마도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생전 처음 볼 닭 육회로 닭 한 마리 코
스를 시작한다. 한 마리(3 만원)를 주문하면 가슴살, 발, 모이주머니 등을 육회
로 썰어주고, 이어서 닭 불고기, 닭찜, 닭죽까지 풀 코스로 이어진다.

함평은 한우로 유명한 동네다. 예전만큼은 못 하지만 지금도 거대한 우시장이


선다. 읍내 시장 안에는 오래 된 육회 비빔밥 집들이 있다. 화랑식당(061-
323- 6677)은 육회비빔밥(5000 원)이 맛있는 집이다. 놋그릇에 담뿍 담긴 밥
을 고추장에 쓱싹 비벼서 먹으면 된다. 풍채 좋은 주인 할머니 인심이 넉넉하고,
손맛도 좋다. 싱싱한 쇠고기 맛, 매콤한 고추장 맛을 비빔밥 한 그릇 안에서 동
시에 느낄 수 있다. 한우의 고장답게 생고기와 육회(한 접시 2 만원)도 항상 신
선한 맛을 볼 수 있다.

대나무 고장 담양에서는 죽순 요리가 최고. 민속식당(061- 381- 2515)의 죽순


회(1 만원)는 죽순, 오이, 당근과 우렁이를 넣고 매콤 새콤 무친 것. 죽향 한우라
고 상표명을 붙인 이 지역 쇠고기를 써서 생고기와 죽순 매콤하게 버무린 죽순
육회(1 만 8000 원)도 별미다. 봄철에 대량으로 매입해서 염장해둔 죽순을 사철
내내 쓴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에서는 우렁회를 꼭 드셔보시길. 벌교 우렁집(061-


857- 7613)은 꼭 토종 우렁이만 쓴다. 토종 우렁이는 살모사처럼 새끼가 어미
살을 파먹으면서 자란다. 그래서 이 집 우렁회(소 1 만 5000 원, 대 2 만 5000 원)
를 먹다보면 가끔씩 모래처럼 작은 게 아삭아삭 씹힌다. 그게 바로 우렁이 새끼
다.

여름 밤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건 어떨까. 무안군의 작은 마을 사창에는 동네 이름을 그대로 붙


인 사창 짚불구이(061- 453- 7778)가 있다. 삼겹살을 주문하면 주인 아줌마가 석쇠에 가지런
히 쟁여둔 삼겹살을 들고 나타난다. 짚에 불을 붙이면 불길이 화르륵 올라온다. 짚이 다 탈 때쯤
이면 삼겹살도 먹기 좋게 구워진다. 고기를 집어먹고 있으면 식당 앞으로 호남선 열차가 기적소
리를 울리며 지나간다. 이런 재미도 무더운 여름 밤의 정취가 아닐까? (고형욱ㆍ음식평론가ㆍ영
화기획자)
[음식남녀 ] 바캉 스 맛기행 <1 > 동해 안

바야흐로 바캉스 절정기다. 산과 바다를 향해 도


시탈출이 시작됐다. 휴가철 기쁨의 반, 또 걱정의
반은 낯선 객지에서 음식 사먹는 일. ‘어디서 뭘
먹을까’가 즐거운 고민인 여행객들을 위해 음식
평론가 고형욱씨가 3 주에 걸쳐 현장 취재에 나
선다. (편집자 )

사진설 명 : 산나물의 깊은 향을 고스란히 간직한 점봉산 산채집의 산채정식.

우리 나라 사람들이 피서지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 동해안이다. 얼마전 여론 조


사에서도 휴가 계획을 잡은 사람 중 60%가 동해안으로 가겠다고 했을 정도다.
이러니 여름철 동해안에서 제대로 밥 한번 먹기도 수월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음식점 안내 책자에 동해안 유명 횟집들이 실려있지만, 지난 주말 연휴


에 동해안을 쭉 둘러보니 값은 비싸고 음식은 성의 없는 곳이 대다수다. 강원도
지역 동해안에서는 아직 관광지 때를 덜 탄 주문진 인근 횟집이 음식도 실하고
바가지가 덜한 것 같다. 경상북도 동해안은 전반적으로 값이 싸고 횟거리도 훨
씬 다양한 편이다. 동해안이라고 꼭 바닷가 횟집만 찾지 말고 산쪽으로 들어가
서 향토별미를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원도 동해안

속초에서 진짜 함경도 별미 냉면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원조 함흥냉


면(033- 633- 2256) 집은 질깃질깃한 면발과 전체적으로 진하고 강한 양념이
특색이다. 속초에서 미시령으로 드는 초입, 학사평 두부도 놓칠 수 없다. 학사평
두부 마을에서도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 (033- 635- 9520) 집은 두부 맛이 무
엇인가를 보여준다. 뽀얀 국물에 담긴 순두부(5000 원)는 보드랍게 살살 녹으
며, ‘원조’다운 맛을 보여준다. 국물은 마치 감미로운 우유 같다. 두부 맛을 즐기
려면 간을 하지 말고 담백하게 두부 맛만 보기 바란다. 아침 7 시부터 영업하니
해장으로 먹기에도 좋다.
점심시간 무렵 산골짝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다 보면 갑자기 사람들이 박작거
리는 식당이 하나 나온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국물이 자랑인 삼교 원조 동
치미 막국수(033- 661- 5396) 집이다. 막국수(3500 원)를 시키면 작은 단지에
얼음덩이가 둥둥 뜬 동치미 국물이 내준다. 톡톡 끊어지는 면발은 메밀 향이 향
긋하다. 촌스런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을 붓고 한 그릇 해치우면 시원하기 그지
없다. 가게 앞에 흐르는 시냇물이 정취가 넘친다.

몇 년 전만 해도 미산계곡은 오지에 가까웠다. 지금은 포장도로가 뚫렸지만 미


산계곡은 아직도 맑은 계곡 물을 자랑한다. 식당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민박집
(033- 463- 6921)이 하나 있다. 김홍연 씨 댁인데, 매일 아침 주인 아주머니가
만드는 이 집 두부 맛은 최상급이다. 달콤하고 보드랍다. 식사(4000 원)는 집에
서 먹는 밥상처럼 나온다.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진미는 간장 양념에 졸인 민
물고기조림이다. 맑은 물에서 나는 메자, 꺽지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들어간다.

산채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한 번은 가봐야 할 집이 있다. 점봉산 산채(033-


462-2911) 집이다. 산채정식(1 인분 1 만원)에는 점봉산 깊은 골이 향기 짙은
산채들이 한 상 가득 올라온다. 얼레지, 나물취, 박쥐나물 등 철 따라 나물들이
바뀐다. 산채에 쌈을 싸서 먹으면 더위가 식을 것이요, 산채무침을 먹으면 입안
이 향으로 가득 찰 것이요, 산채 장아찌를 먹으면 강한 자극이 몸 전체를 둘러쌀
것이다. 백담사 입구에서 미시령 쪽으로 1 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면 있다.

◇경상도 동해안

한반도의 동쪽 끝 범꼬리에 가면 호미곶 등배 근처에 대보 전복 도매점(054-


284- 2226)이라는 식당이 있다. 가게 앞은 바로 푸른 동해다. 수조 안에는 다양
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모듬회(3 만원부터)를 시켜도 꽤 양질의 회가 나
온다. 광어, 도다리, 우럭, 도미는 물론, 놀래미, 쥐치, 이노래기, 장치 등 도시 사
람으로선 잘 모르는 생선도 많다.

경주 사람들은 감포에 가서 회를 먹는다. 늘시원 바다 속의 집(054- 744-


1177)은 분위기로 한몫한다. 식당 지하층을 빙 둘러서 수조를 만든 후 바닷물을
끌어들여 마치 용궁에 앉아서 회를 먹는 것 같다. 농어, 도미, 광어 등이 큼직한
놈이 많고, 도다리 철이 끝나지 않아 세꼬시를 먹는 것도 괜찮다. 모듬회(일인분
15,000 원)도 무난하다.
울진, 불영 계곡을 찾았다면 좀 더 내륙으로 들어가 봉화로 가보자. 아직 철은
이르지만 송이버섯이 유명한 지역이다. 송이버섯이 용머리를 닮았다는 생각에
서 지었을까? 용두식당(054- 673- 3144)은 계절을 잊게 하는 송이 요리를 낸
다. 가을에 송이를 대량으로 저장해뒀다가 일년 내내 쓴다. 송이돌솥밥(12,000
원)은 은은한 송이 향이 배있다. 나물 무치는 솜씨도 뛰어나다. 울진에서 봉화
쪽으로 가다보면 봉화를 6㎞ 정도 남긴 곳, 동양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다.

(고형욱ㆍ음식평론가ㆍ영화기획자
[음식 ] 서울 의 '제주 도 맛집 '

서울에서도 제주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제주도 음식은 요모 조모 손을 대서 맛을 낸 게 아니


라, 재료 중심이다. 싱싱한 재료를 회나 구이로 신선하게 먹는 게 제주도 음식의 특징이다. 음식
문화가 발전하기에는 가난했고, 자연 환경은 어느 지역보다도 좋았던 탓이다.

꽤 오래된 돼지고기 집으로 신촌 「제주도 통갈비(363-5112)」를 들 수 있다. 제주도식 솥뚜껑


삼겹살 유행이 일기 전부터 제주도산 돼지갈비를 했던 집이다.

양념도 양념이지만 고기 맛이 기본적으로 괜찮아야 제 맛이 난다. 제주도통갈비집의 돼지갈비


(1 인분 6,500 원)는 언제 먹어도 푸짐하고 맛있다. 이 집 특징은 고수나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향채, 혹은 코리안더가 바로 고수나물인데, 돼지고기의 무거움과 고수
의 향기는 아주 어울림이 좋다. 고수나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이 집 돼지갈비와 곁들
여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요즘 제주도 음식의 유행은 갈치회로 비롯된다. 강남에서 갈치회 선풍을 불러 일으킨 집은 「물


항식당(566-2731)」이다. 원래 물항식당은 제주도 밤동 바닷가에 있는 갈치횟집 중에서 가장
유명했던 집이다. 언제 가도 사람이 시끌벅적할 정도로 많다. 시장통 같은 분위기로 떠들썩하게
먹는 집이다. 얇게 썰어내는 갈치회(3 만원)가 전문. 싱싱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고등어회(2
만원)도 괜찮다. 워낙 손님이 많은 편이라 가격에 비해 식당 안이 복잡하고, 맛이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차병원 앞에 분점을 새로 열었다.

홍대 앞에도 대중식당같은 분위기의 갈치 횟집 「눈치없는 유비(326-0883)」가 있다. 갈치회


(2 만원)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올라온 다양한 회가 많다. 특히 겨울철에는 제주도에서 올라온
몇 가지 별미가 있다. 일반 해삼보다 오도독 씹히는 맛이 훨씬 좋은 홍해삼(3 만원)이나 제주도
사투리로 구쟁기라 부르는 참소라(2 만원)의 탱탱한 미각이 좋다. 갈치회를 주문하면 시원한 갈
치국물이 딸려 나온다. 생선국이라면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 비린
맛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시원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바닷 고동인 보말로 쑨 보말죽(6,000
원)도 숙취를 없애기에 좋다.

제주뚝배기(2203-5353) 역시 제주도의 싱싱한 해물들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깔끔한 집이라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제주뚝배기라는 옥호답게 오분자기를 넣은 해물 뚝배기(8,000
원) 국물 맛이 시원하다. 전복과 비슷하게 생긴 오분자기가 워낙 비싸, 제주도에서 처럼 많이 들
어가지는 않지만 성게알, 새우 등 싱싱한 해물을 넣어 국물 맛을 낸다. 두툼한 갈치 두 토막이
나오는 갈치구이(2 만원)나 고등어구이(12,000 원), 그리고 제주도의 토속적인 미각을 대표하는
옥돔구이(한 마리 2 만원)등 구이류가 전체적으로 좋다. 매콤한 양념을 한 갈치조림(3 만원)하나
시켜놓고 서 너 명이 밥과 함께 먹는 것도 좋다. (고형욱ㆍ음식평론가
[음식 ] 제주 도의 '제주 도 맛집 4곳'

토종 돼지, 갈치회, 뼈국 등 제주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맛깔진 식당들이 제


주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있다. 제주 그린빌라 호텔 장무명 조리팀장, 제주 칼 호
텔 김만호 조리과장, 제주 크라운 프라자 호텔 김영수 조리과장, 제주 하얏트 호
텔 이수천 조리차장이 추천하는 「제주 맛집」들이다.

물항식당(탑동 수협옆ㆍ064-753-2731) 갈치회. 제주 인근 바닷가에서 잡은 싱싱한 은빛 갈치


를 회로 얇게 썰어 담아낸다(2만원). 두명이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담백한 맛이 혀에 박히
듯 휘감긴다고 한다. 주인 오복열씨는 "일본 관광객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 온다"고 자랑한다. 고
등어회(1만3000원)와 고등어 조림(대:1만2000원, 소:7000원)도 추천메뉴.

송악가든(신제주 콘티넨탈 호텔옆ㆍ 064-748-0144). 토종돼지 숯불구이. 예전


처럼 인분을 먹여 키우지는 않지만 제주 토종돼지를 축협에서 사다 쓴다. 비게
와 살이 오겹인 오겹살, 목살은 1 인분 6000 원, 생갈비는 9000 원이다. 고기를
먹은 후엔 해물뚝배기(5000 원)을 시켜 놓고 식사를 한다. 네 명이 하나만 시키
면 충분하다고 귀띔한다.

공천포식당(하효~ 위미 사이ㆍ 064-767-2425). 물회. 집 앞이 바로 바닷가라


매일 아침 장을 본 뒤 물회를 만든다. 한치물회, 소라물회, 해삼물회, 자리물회
가 모두 6000 원이다. 무채, 당근 등 채소와 고유의 양념장을 양푼에 풀어 비벼
낸다. 공기밥은 별도로 시킬 필요가 없다.

도라지식당(시청 정문앞ㆍ 064-722-3142) 갈치호박국. 23 년째 갈치호박국


(5500 원)을 만들어 오고 있다. 옥돔미역국(6000 원)과 갈치구이(2 인분 1 만
2000 원)를 맛있게 하는 집으로 소문나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 토종
돼지 뼈에 무와 메밀을 넣어 끓인 접작뼈국(4500 원)도 유명하다. 맛은 감자탕
과 비슷.

(어수웅기자)

[음식 ] 제주 도의 별미 /갯내음 물씬 풍기 는 '싱


싱한 식탁 '
제주가 파르스름한 봄기운을 들이마시고 있다. 유채는 벌써 성산포를 노랑으로
물들이기 시작했고, 한라산 들판에는 군데군데 새싹들이 언 땅을 비비고 날 숨
을 쉰다.

3 다의 섬 제주에서 또 하나 자랑은 신선한 해물로 만든 전통 음식들. 일찌감치


봄 향기 풀풀내는 싱그러운 생선과 조개류가 유혹한다. 오분자기, 갈치국, 옥돔
구이 등 육지에서는 제 맛 내기 힘든 독특한 메뉴들이 들뜬 관광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사진설 명 : 한자리에 모아본 제주 봄 음식.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옥돔구이,전북죽, 오분자기


솥밥,해물뚝배기.갈치호박국, 돔베고기.가운데는 빙떡/제주=이응종기자

제주 그린빌라 호텔 장무명 조리팀장은 "제주는 육지와의 소통이 쉽지 않아 옛부터 제주도만의


독특한 음식 맛을 지켜 왔다"며 "양념을 거의 쓰지 않고 재료 자체의 신선한 맛을 그대로 살려
내는 게 제주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자랑한다.

오분자기는 제주도에서 전국의 약 70%를 생산하는 전복과 패류. 미니 전복이라


고 할만하다. 12 월부터 3 월까지가 제철. 봄철 여러 채소와 곁들여 솥밥을 지어
먹거나, 제주 자랑거리인 해물 뚝배기에도 빠지지 않는다. 파, 마늘, 후추 등을
넣은 양념장을 얹어 살짝 쪄내면 특유의 향기를 한껏 맡을 수 있다. 옛날 중국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보낸 동남동녀 500 명이 제주도에 도착한
뒤 불로초에 버금가는 명약으로 전복과 오분자기를 구해갔다는 전설이 있을 만
큼 장수식품으로 소문났다.

갈치국도 제주도 특유의 음식. 비릿한 듯 하면서도 담백해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맛이 특징이다. "낚시로 잡아올린 은빛 갈치를 토막토막 썰어 펄펄 끓는 물에 넣
은 뒤 늙은 호박을 숭덩숭덩 잘라넣고 소금간을 하면 그 맛이 최고"라고 제주 하
얏트 이수천 조리차장은 추천한다. 비린 맛이 싫다면 다진 마늘을 적당히 넣는
다.

옥돔 구이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데 경쟁자가 없다는


음식. 국을 끓이기도 하지만, 구이가 역시 제 맛이 난다. 생 옥돔 비늘을 긁어내
고 길이로 반 가른 뒤 내장을 꺼내고 소금을 뿌려 꾸덕꾸덕 말렸다가 석쇠에 노
릇하게 굽는다.
빙떡은 연륜이 700 년 가량 되었다는 제주 전통 음식. 고운 메밀가루를 묽게 반
죽한 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얇게 부쳐낸 다음 가늘게 썰어 데친 무와 파,
깨가루, 소금으로 양념한 속을 넣어 말아 먹는다. 식힌 뒤 먹는 게 시원한 맛을
보탠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아들이는 곳 제주. 입춘을 훌쩍 넘긴 제주 음식에


는 벌써 파르스름한 봄기운이 물들었다.

( 제주=어수웅기자 : jan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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